기간을 기준으로 주식 투자의 방식을 나눈다면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기업의 성과를 보고 투자하는 방식이 있고, 단기적으로 특정 이벤트 등에 의한 차익을 노리는 트레이딩 방식이 있습니다.
단기적으로 트레이딩 관점에서 접근할 때는 이용하지 않지만, 제가 특정 종목에 장기적 투자를 할 때 사용하는 감정적 지표가 있습니다. 바로 "매수할 때 기분이 좋아지는가?"입니다. 뜬구름 잡는 소리처럼 들릴지 모르겠지만, 저는 이 감정을 실제 투자 의사결정에 작지 않게 활용합니다. 오래 투자를 잘 해온 분들에게는 어떤 맥락에서 이 감정을 활용하는지 이미 잘 이해될 것이지만, 이제 막 투자를 시작하시는 분들에게는 잘 와닿지 않을 수도 있을 테니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써보았습니다. (매수할 때 기분이 좋아진다고 해서 감성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아니니 오해하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어떻게 해야 매수할 때 기분이 좋아질 수 있을까요? 간단합니다. 좋은 주식을 좋은 가격에 사면 됩니다. (맞습니다. 사실 이 글은 기업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투자하라는 이야기를 길게 풀어 쓰는 글입니다)
먼저, 장기 투자할 주식을 매수하기 전에는 반드시 해당 기업에 대해 철저히 조사합니다. 이 과정에서 미래 성장성이 유망하거나, 현재 가치가 저평가되어 있는 이유를 발견하게 됩니다. (그렇지 않다면 앞으로는 이러한 과정을 꼭 거치시기 바랍니다) 이러한 이유가 확실해졌다면, 실제로 주가가 합리적인 수준으로 내려올 때 기회를 놓치지 않고 매수하시면 됩니다.
이때의 느낌은 마치 마트의 바겐세일 코너에서 오랫동안 눈여겨본 상품을 발견했을 때와 같습니다. 당근마켓에서 상태 좋은 중고 물건을 구했을 때나, 바겐세일 중인 전자제품을 저렴하게 건졌을 때, 혹은 아파트 청약에 당첨되었을 때처럼 말입니다. 우리는 "좋은 가치의 물건을 싸게 구했다"는 성취감과 만족감을 느끼게 됩니다.
주식 투자 역시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습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도 가격이 합리적이어야 의미가 있습니다. 예컨대 매일 10만 원어치 금을 낳는 거위가 있다고 할 때, 1억 원이라면 구매를 고려하겠지만, 10억 원이라면 망설여질 것입니다. (이는 결국 P/E를 보라는 이야기입니다) 주식도 하나의 자산이므로, 우리가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내 돈을 좋은 자산과 합리적인 교환비로 교환"해야 합니다. 결국 좋은 가치의 자산을 싸게 구하는 과정이 바로 주식 장기 투자의 핵심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저는 기업을 조사하고 매수 버튼을 누를 때 기분이 좋아지는 기업을 선호합니다. 실제로 초보 투자자일 때는 단순히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선호도가 매수 결정과 직결되기도 했습니다. 예를 들어, AMD CPU를 구매하며 느꼈던 만족감으로 인해 AMD 주식을 매수했을 때는 좋은 성과를 보였으나, 스타벅스의 고객 경험만을 믿고 투자했던 판단은 그리 성공적이지 못했습니다. 이를 통해 깨달은 것은, "제품이나 서비스가 좋다"는 것은 필요조건이지만, 기업이 이를 통해 얼마나 수익을 창출하고 성장할 수 있는지 또한 반드시 따져봐야 한다는 점입니다.
또한, 매수할 때 기분 좋은 주식을 산다면 장기 보유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주식 장기 보유는 필연적으로 주가 하락을 경험하게 마련인데, 이때 "매수할 때 어떤 근거로 기분이 좋았는지"를 떠올리면 흔들림을 줄일 수 있습니다. 더욱이, 매수 당시 기분이 좋았다면 대부분 저렴한 가격대에 진입했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심리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놓일 확률도 적습니다. 즉, 매력적인 기업이 매력적인 가격대에 도달했을 때만 매수해야 매수 시의 긍정적인 감정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저는 개인투자자로서 매달 월급의 일부를 주식에 저축하듯 투자합니다. 기본적으로는 S&P500을 꾸준히 매수하지만, "매수 버튼을 누를 때 기분이 좋아질" 만한 개별 종목이 있다면 그 주식을 추가로 편입합니다. 이렇게 모아간 주식들이 결국 제 투자에서 좋은 수익을 준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 이유를 돌이켜보자면, 제가 잘 알고 있는 주식이라 싸다고 판단할 수 있었고, 해당 기업의 지분을 싸게 늘렸다는 사실에 기분이 좋아졌던 것이라 생각합니다. 결국 제가 잘 아는 기업에 투자해야 기분도 좋아질 수 있습니다.

주식투자에는 SWAN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는 Sleep Well At Night의 줄임말로, 변동성이 적어 보유해도 밤에 잘 잠들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칭할 때 주로 쓰는 말입니다. "기분"도 비슷한 메타포로 볼 수 있습니다. 결국 자신이 밸류에이션을 적절히 한 기업을 싸게 매수한다면 그것이 장기적으로 흔들리지 않고 좋은 기업에 투자하는 방법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주변에서 "지금 살까? 팔까?"라는 이야기를 들을 때면, 매수/매도했을 때 불안하지 않고 기분이 좋아지는 주식을 매수/매도하라는 이야기를 꼭 해드렸습니다. 자기 확신이 있어야 좋은 투자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확신은 기업에 대한 깊은 이해에서 나온다고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