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여름 대한민국은 주식으로 뜨거웠다. 코스피가 9000까지 찍기도 했고, 식당에서는 주변 테이블에 계속 주식 이야기가 넘쳐났다. 2026년 10월 현재에는 지수가 내려와 그 결과가 좋지 않은 사람들도 많지만, 어쨌든 소수는 기회를 잡아 자산을 불렸을 것이다.
나 또한 그 기회를 미리 본 사람들 중 하나였지만, 그 기회를 살리지는 못했다. 7월 하락장에서 크게 다치지는 않고 결과적으로 돈을 벌긴 했지만, 지난 1년을 돌이켜보면 그 기회를 제대로 잘 살리지 못했다고 스스로 판단한다. 이번에는 이를 복기해보고, 내가 어떤 실수를 했는지 되짚어보고자 한다.
기회는 미리 봤지만...
나는 2025년 봄부터 코스피에서 큰 기회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사실 반도체가 이렇게까지 잘될 것이라고 생각은 하지 않았고, 전적으로 상법 개정의 영향만을 생각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중요한 요인인 거버넌스 문제의 돌파구가 생겼고, 이게 한국 주식의 재평가로 이어질 것으로 봤다.
당시 코스피는 3000이 되지 않았는데, 그때부터 코스피 매수를 시작했다. 또한 올해 6월에 코스피가 8500이 넘을 때부터 비중조절을 시작해서 급락장에서 그리 많이 손해를 보지 않았다.
위의 문단만 봤을 땐 내가 엄청난 성과를 내야 했을 것으로 보인다. 돈을 잃지는 않고 적당히 번 것은 맞지만, 이러한 큰 기회에 나의 자산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것에는 실패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내가 놓쳤던 것은 무엇일까?
되돌아봐도 여전히 잘한 것들
먼저 내가 잘했던 것들부터 살펴보자. 먼저, 나는 방향성 자체는 잘 맞췄다. PBR 1.0 미만이던 시장이, 현재도 반도체를 제외하더라도 PBR 1.0 근방에 위치하는 시장으로 변했다. 두 번째로, 비중을 적게 싣지도 않았다. 내 포트폴리오에서 유의미한 비중을 배분했다. 마지막으로, 6월에 비중조절도 전부 매도한 것은 아니지만 충분히 했다. 이것들은 결과론적으로 봐도 맞는 판단이고, 실제 결과가 좋지 않았더라도 바뀌지 않을 판단이다. 그럼 난 무엇을 잘못했던 것일까?
투자에서는 전략적인 판단과 전술적인 판단이 있다. "코스피가 구조적인 상방이다" 라고 생각하는 건 큰 전략적인 판단이다. "그러면 오늘 전부 베팅할 것인가? 아니면 천천히 베팅할 것인가?" 라고 하는 건 전술적인 판단이다. 나는 전술적인 판단과 실행에서 실패했다.
전술의 실패
2025년 5월에 나는 코스피가 상방이 뚫린 큰 기회라고 생각했으나, 실제로는 초반에 몰빵을 하지 않고 1년 정도 나눠서 분할 매수하는 전술을 가져갔다. 2025년 가을을 거치면서 급격히 코스피가 상승해버려서 평단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나는 원하는 만큼 많이 매수를 하지 못했지만 급격히 가격이 올라버려, 예상보다 높은 가격에 많이 구매했다.
실제 execution plan을 너무 쫄보스럽게 세웠기 때문에, 큰 기회를 미리 봤음에도 실제로 포지션의 평단이 너무 높아져버렸다. 그렇게 되면 손실 회피 성향이 있는 인간의 특성상, 이후 살 때도 심리적인 저항이 생겨 조금 더 나눠서 사게 된다. 나도 그랬고, 그래서 처음에 정한 비중만큼 사는 게 더 오래 걸려버렸다. 그러다 보니 평단이 더 높아진 것은 계속되는 악순환이었다.
만약 내가 처음에 원래 생각하던 비중의 50%를 바로 매수했다면, 그리고 N%만큼 했다면 얼마나 수익률이 달라졌을지는 아래 슬라이더를 조절하며 확인 가능하다.
균등 분할(12개월) 평균단가
4,873
코스피 8,500 정리 시 +74%
선택한 전술 평균단가
3,787
코스피 8,500 정리 시 +124%
1억 투입 기준 수익 차이
+5,005만원
수익률 차이 +50%p
가정한 코스피 경로와 1억 원 투자 기준의 단순 시뮬레이션입니다. 수수료, 세금, 실제 매매 시점은 반영하지 않았습니다.
무엇을 해야 했을까?
하워드 막스는 "좋은 자산이라도 비싸게 사면 나쁜 투자"라고 했다. 나는 좋은 자산을 살짝 비싸게 사서 "덜 좋은 투자"로 만들어버렸다. 그럼 나는 어떻게 해야 했을까? 투자를 잘하는 것이란 과연 무엇일까?
투자를 할 때는 기회의 크기를 봐야 한다. 구조적인 큰 투자 기회는 미리 유의미한 금액을 베팅해야 나중에 어떤 일이 생겨도 손익비가 좋다. 이미 시장에서 가격이 그 사실을 가격에 반영해버리면 더 이상 좋은 기회가 아니다. 코스피는 10년에 한 번 오는 큰 기회였고, 큰 기회에서는 빨리 포지션을 구축해야 그 기회를 온전히 수익으로 전환할 수 있다.
돌이켜보면 내가 했어야 하는 건 간단하다. 하방은 막혀있고 상방은 계속 열려있는데, 최소 투입할 금액의 50% 정도는 사고 시작했어야 했다. 스탠리 드러켄밀러가 이야기했듯이, 투자는 걍 손익비를 보면 되는 건데 나는 좋은 손익비의 게임을 안 좋은 손익비의 게임으로 바꾸는 실수를 저질렀다.
나는 2025~2026년 코스피 투자를 하면서 아래의 레슨을 뼈저리게 배웠다.
- 좋은 자산이라도 비싸게 사면 나쁜 투자, 또는 덜 좋은 투자가 된다. 싸게 사는 게 핵심이다.
- 초기 포지션이 너무 작으면 손실 회피 성향과 각종 심리적 bias로 인해 투자 계획을 이어가기 쉽지 않다. 처음 포지션을 구축할 때 유의미하게 구축해야 손익비도 좋고, 시간이 지나며 플레이하기 쉽다.
- 손익비를 명심해야 한다. 심장의 크기를 키워라.
투자에서 성공하려면 시장을 읽는 것뿐만 아니라 그 기회를 살리는 액션이 필요하다. 나는 액션에서의 실수로 올해 시장에 많은 value를 놓고 나왔다. 투자는 장기적으로 실수를 안 하는 놈이 이긴다고 생각하고, 이번 경험으로 이제는 더 나은 투자자가 되었다고 믿는다.
내가 겪은 실패를 교훈 삼아, 다른 이들은 이런 실수를 하지 않기를 바란다.
